[댄스포럼 7월호] hot people
창설 10년 맞은 전문무용수지원센터 이사장 박인자
전문무용수들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세워진 전문무용수지원센터(이하 센터)가 재단법인으로 문을 연지 10년이 됐다. 센터의 이름은 익숙해도 정작 받을 수 있는 혜택은 생소한 독자들을 위해 사업의 목적과 진행 중인 사업들을 박인자 이사장에게 들어본다.
센터를 만든 계기는?
국립발레단에 재직했던 2005년 당시 무용수들의 은퇴 후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땐 특히 남자 무용수에게 중점을 두었어요. 은퇴를 생각하는 시점 3년 전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단원들에게 말하곤 했습니다. 재직 중에 공부를 한다든지, 미리 준비과정을 거치는 게 좋을 거라고요. 그런 고민을 하던 차에 유니버설발레단 문훈숙 단장님을 만났는데, 문 단장님이 모나코에서 직업전환센터 심포지움을 접했다고 했습니다. 무용수들이 은퇴 후 직업을 전환을 할 때 컨설팅이나 지원을 해주는 센터가 있었다고 해요. 우리도 한 번 생각을 해보자 해서 저와 문 단장님이 주축이 됐습니다. IOTPD(무용수직업전환센터) 회장님을 초빙해서 심포지움 열고, 위원들도 모으고요, 문화부, 기재부와 얘기해서 승인, 예산도 받았습니다. 지금 인천시립무용단 예술감독으로 계시는 윤성주 선생님이 초대 이사장을 맡아서 열심히 해주셨어요. 그 다음엔 장인주, 정재왈 선생님이 1년씩 맡아주셨고 지금은 제가 4, 5대를 연임하고 있습니다.
재단법인을 세운 지 10년인데, 감회는?
그동안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이 있었지만, 관계기관을 포함해서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무용수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지금도 열심히 고민하고 있으니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기부금을 내면서 운영하고 있다. 어떤 사명감이 있나?
우선 무용수들이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나라 무용수들 얼마나 잘해요, 하지만 활동하는 것에 비해 너무 어렵게 살고 있습니다. 국공립이 별로 없으니 배출된 사람들이 갈 데가 없는 거죠. 그렇다고 모든 민간단체를 국립처럼 국가가 지원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저희 같은 재단법인이 열심히 해서, 안정적이라곤 못해도 민간단체들이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I WANNA HELP YOU 1.
댄스마켓
사업의 주된 방향은?
처음엔 은퇴 후 직업전환을 염두에 두었지만 당장 어려운 현업 무용수들dl 너무 많다는 데 의견이 모였습니다. 댄서로 출연해도 출 연료를 못 받고 무용수들을 위한 복지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니까요. 일단 현업으로 하고 있는 사람부터 해결해 보자고 했죠. 그래서 재단 명칭도 ‘전문무용수지원센터’가 됐습니다.
출연료를 지원하는 ‘댄서스잡마켓’이 대표적이다. 이 사업의 지원 규모는?
센터에서 추진하는 가장 큰 사업입니다. 무용단이 출연료를 줄 수 없는 경우가 많으니 저희가 1인당 100만원씩 대신 지급하는 거죠. 돈은 단체를 거치지 않고 무용수 통장으로 직접 입금됩니다. 하지만 신청한다고 모두 받을 수 있는 건 아니고, 1년에 2번 열리는 오디션에 참여해야 합니다. 그럼 심사위원들이 실기를 봐서 신청자 수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보통 70점을 넘으면 지급하죠. 올 상반기엔 총 200명이 지원금을 받았습니다.
얼마나 많은 수가 신청하고, 합격률은 어느 정도인가?
270-80명이 신청해서 200명이 받았으니까 대략 75% 정도입니다. 전에는 웬만하면 90% 이상 받아갔는데 지금은 신청자가 늘어나서 예산이 부족해요. 원래 상·하반기 180명씩 지원하려던 계획이 벌써 200명이니까요. 예산을 확보하는 게 가장 큰 과제입니다.
단체도 오디션을 봐야 하나?
단체는 심사가 없습니다. 하지만 같이 하려고 했던 무용수가 떨어지면 단체도 떨어지는 것과 마찮가지에요. 올 상반기엔 38개 단체가 신청했고 단체당 최대 다섯 명까지 지원을 받았습니다. 단체당 무용수 수는 공연 규모, 러닝타임 등에 따라 결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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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지원
상해예방과 치료, 재활도 지원하고 있는데.
무용수들이 연습 때나 공연 때 다치면 치료비를 지원합니다. 본인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신청하면 치료비를 주죠. 예방지원은 무용단이 신청하면 센터가 병원이나 트레이너에게 의뢰해서 단원들이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합니다.
개인도 예방지원을 신청할 수 있나?
무용단 차원에서 하는 경우가 많지만 개인이 할 수 없는 건 아닙니다. 단체의 경우 공연장으로 트레이너를 파견하고, 개인은 재활 트레이닝실에 방문해서 받을 수 있어요. 얼마 전 개관한 댄스 스튜디오 마루에 재활 트레이닝실이 있습니다.
신청 시기가 정해져 있나, 수시 지원도 받는지?
거의 수시 지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상해지원은 상시 신청을 받아서 영수증 등 서류가 오면 심사하고, 예방지원도 미리 신청만 하면 주로 재활 트레이닝실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수가 지원받고 있나?
단원 수로 따지면 500-600명 정도가 상반기에 예방 치료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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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인력양성아카데미
직업전환 교육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우선 행정인력을 양성하는 교육과정이 있습니다. 올해는 4월 17일부터 7월 17일까지이고 수업을 모두 들으면 실제로 예술기관이나 단체에 파견되어 행정인턴으로 실무를 경험할 수 있어요. 3~4개월 동안 1주일에 3일 일하는 조건으로 월급은 센터에서 90만원을 지원합니다. 매일 출근하는 곳은 나머지 인건비를 자체적으로 부담하고요. 파견된 인턴 중에서 2명이 작년에 정식 직원이 됐습니다.
주로 어떤 기관에 파견되는지.
작년에는 무용단이 많았는데 올해는 마포문화재단, 충무아트센터, 성남아트센터가 결정됐습니다. 예술의전당도 섭외 중이고, 공연기획 MCT도 그렇고, 얼마 전에 생긴 현대무용협동조합에도 1명 지원하려고 합니다.
20명의 수강생이 다 인턴십을 가지나?
수업에 90% 이상 출석해야 합니다. 쉬울 것 같아도 아르바이트나 자기 일 때문에 수업 조건을 못 맞추는 사람이 꽤 있어요. 올해 과정은 3개월 26강이고 15명 정도가 통과할 걸로 예상합니다.
신청자가 아카데미 정원보다 많은 경우 수강생을 뽑는 기준은?
전문무용수로 활동한 경력이 많으면 유리합니다. 이번엔 24명이 신청했는데 먼저 재학생을 뺐고 출석 조건 때문에 나머지는 스스로 포기했습니다.
수업 내용은?
예술행정에 필요한 내용을 전체적으로 다룹니다. 보도자료 쓰는 것부터 자소서 쓰기, 인력관리, 재원조성 등 26강에 걸쳐 다양한 내용을 배워요. 일주일에 2번, 1번에 2시간 정도 그때그때 주제에 맞는 분들이 강의를 해주십니다.
다음 모집 계획은?
내년 상반기쯤 올해와 같이 1차 서류, 2차 90% 참석 가능 여부로 지원 모집할 예정입니다.
I WANNA HELP YOU 4.
재활트레이너 양성 & 학비 지원
또 다른 직업전환 프로그램이 있다면?
재활트레이너를 양성하고 있습니다. 재활트레이너의 경우 대한선수트레이너협회에서 교육을 수료해야 국가공인시험을 볼 수 있는데, 주로 체육과 쪽에서 많이 다룹니다. 처음에는 이 협회 교육을 받으면 교육비를 지원하는 형태였는데 우리 무용수들이 수업을 쫓아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래서 센터 차원의 예비교육과 심화교육을 추가로 열었죠. 예비교육을 통과하면 협회에 파견하고, 협회 교육을 마치면 국가공인시험을 위한 저희 심화교육을 듣습니다. 이렇게 해서 자격증을 따면 병원에 파견해서 경험을 쌓도록 해주고요.
수강인원과 합격자 비율은 어느 정도인가?
과정이 쉽지 않고 중간중간 시험도 통과해야 해서 탈락률은 높은 편입니다. 해부학, 생리학 등 이론적으로 공부해야 하는 것들이 많은데, 센터 기본교육 후에도 시험이 있고 협회 교육을 수료하는 기준도 높아요. 작년엔 14명 신청해서 5명이 협회 교육까지 수료했습니다.
그외 재교육을 위한 학비지원도 한다고.
무용수들이 공연예술경영 쪽으로 대학원에 진학한다든지, 필라테스 자격증을 딴다든지 하면 센터에서 학비를 지원해줍니다. 무조건 다 해주지는 않고 소득분위에 따라 점수를 매기죠. 점수에 따라 지원 금액이 달라집니다
한 해에 몇 명 정도 신청하나?
가능한 범위가 넓어서 숫자가 꽤 됩니다. 작년엔 신청자가 적은 편이었는데 올해 상반기엔 7-80건 정도 됐던 걸로 기억합니다.
신청자의 몇 퍼센트가 학비를 지원받나?
물론 결격사유가 있으면 안 되겠지만, 1인당 지원금을 줄여서라도 되도록이면 모두에게 주려고 합니다. 작년의 경우 신청자가 적어서 한 사람에게 최대 1천만원까지 돌아갔고, 올해는 신청자가 많아서 금액이 나뉘었습니다.
I WANNA HELP YOU 5.
파킨슨 환자를 위한 무용 교육 강사 양성
올해 주력 사업은?
Dance for PD(Parkinson's Disease)라고 파킨슨 환자들을 위한 무용 프로그램입니다. 미국에 있는 마크 모리스 무용단이 브루클린 파킨슨 그룹과 만들었는데 파킨슨병과 치매 개선에 굉장히 좋아요. 이 분야 무용 강사를 키워서 새로운 직업을 창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교육 과정은?
총 5단계이지만 다른 사람을 가르칠 수 있는 자격증은 3단계를 마치면 나옵니다. 마크 모리스 Dance for PD 홈페이지에 온라인 신청을 하는 게 1단계고, 그 다음으로 온라인 교육을 받고요. 3단계는 원래 미국에서 워크숍을 들어야 하는데, 올해는 창립강사인 데이비드 레벤탈이 직접 한국에 와서 워크숍을 갖습니다. 3단계까지 끝나면 개인적으로 50시간 정도 실습을 해야 합니다. 교육비 일체는 센터에서 지원합니다.
한국에서 통용되는 자격증인가?
그걸 만드는 단계입니다. 직업으로 이어지려면 받아주는 곳이 있어야 하고 가장 중요한 게 의사를 설득하는 일이죠. 마침 올해가 파킨슨 200주년이라 한 심포지움에서 Dance for PD를 소개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에리카 로즈라는 호주 분을 초청해서 환자들과 워크숍도 갖고 발표도 했는데 반응이 아주 좋았어요. 그 심포지움을 들었던 환자 분이 센터에 찾아와서 어떻게 하면 참여할 수 있냐고 물을 정도였으니까요. 이미 고대 구로병원엔 정규 프로그램으로 편성됐습니다.
파킨슨 환자에게 어떤 효과가 있나?
운동 장애 증상이 줄고, 특히 정서적으로 도움을 준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자기 병에 대한 태도가 변해서 삶의 질이 높아지고 자신감도 키울 수 있고요. 파킨슨 환자들은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경우가 많은데 춤을 추면서 이런 고립감, 우울증이 해소된다고 합니다.
현재 Dance for PD에 참여하고 있는 수강생은?
30명 정도 됩니다. 1차 지원이 23명이었고 지금도 계속 문의가 오지만 예산이 정해져 있어서 다음 차수로 끊고 있습니다.
I WANNA HELP YOU 6.
댄스 스튜디오 마루
공간지원을 위한 연습실 ‘마루’를 4월 개관했는데.
올 2월쯤 워크숍 때문에 어떤 연습실을 빌렸는데 댄스플로어도 안 깔려있고 바닥 여기저기 틈이 있더라고요. 저는 발레 전공이라 그런지 몰라도, 연습할 때 플로어가 없으면 안 되거든요. 그것 때문에 안 그래도 신경이 쓰였는데, 대관료까지 듣고 나니 센터가 만들어서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리를 알아보니 마침 동숭아트센터 1층이 나와있었어요. 보증금이나 시설비를 자체자금으로 해야 하는 상황을 아시고 동숭아트센터에서 보증금도 깎아주시고 형편에 맞출 수 있도록 도와주셨습니다. 이번에 신세진 분들이 너무 많습니다.
고가의 야마하 피아노를 갖췄다고.
홀만 빌려서 되는 게 아니라 오디오 시스템, 피아노 등 사야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형편은 안되니 지인들을 찾아다니면서 기증을 받았죠. ‘이건 또 어느 분에게 부탁해야하나, 철판을 깔아야 하나’ 걱정이 돼서 잠이 안 왔습니다. 하지만 정말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흔쾌히 도와주셨어요. 야마하 피아노는 워낙 액수가 크니 세 분의 후원금으로 샀고요. 센터를 후원해주신 고마운 분들의 함자는 연습실 한편에 적어 두었습니다.
대관료는 얼마인가?
사설 연습실에 비해 시설은 좋고 가격은 저렴합니다. 오전에는 시간당 5천원으로 4시간을 묶어서 2만원, 오후는 4시간에 3만원, 야간은 4시간에 4만원입니다.
자체적인 활용 계획은?
발레와 한국무용 워크숍을 7-8월에 여는데, 되도록 민간단체 분들에게 강사료를 지급하려고 합니다. 그 후에도 지속적으로 워크숍을 열어서 대관료 수입이 다시 무용가들에게 돌아가게 할 예정이고요.
I WANNA HELP YOU 7.
정회원되기
몰라서 지원을 못 받기도 하는데, 사업 홍보는 어떻게 이루어지나?
작년부터 회원들에게 더 신경써서 정보를 보내고 언론 보도자료도 뿌립니다. 서울부터 제주도까지 직업단체 설명회도 다니고요, 지원받았던 사람이 입소문을 내기도 하고요. 센터 회원이 4200명인데 요즘은 새로운 사업이 떴다 하면 조회 수가 하루에 1500명까지 올라갑니다. 지원자도 눈에 띄게 많아졌습니다.
정회원만 사업에 신청할 수 있는 회원제인데, 연회비는?
1년에 2만원만 내면 모든 사업에 신청할 수 있습니다. 네덜란드는 공제회 개념으로 1달에 500유로(한화 약 65만원)씩 10년을 내고 교육비와 창업비를 받는다고 하는데, 우리는 다 어려워서 그렇게 하기 힘들죠. 하지만 지원받기 전에 작은 돈이라도 회비를 내야합니다. 대략 1년에 400명분이 걷히니까 운영에 도움이 되는 규모는 아니지만, 무용수 개인에게도 의무가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모인 회비는 다시 무용수들의 지원금으로 사용됩니다.
지원을 받고 싶은 해에만 회비를 내는 사람이 있을 것 같은데… 올해는 등록하고 내년에 빠진다든가.
실제로 그런 회원들이 있어서 재등록 때도 입회비를 내게 만들었습니다. 도중에 회비를 내지 않다가 다시 들어오려면 다시 입회비 5만원을 내야 하죠.
무용수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 센터도 어렵게 활동하는 민간단체에 더 다가가야 하지만, 지원이 필요한 분들도 적극적으로 정보를 찾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간혹 준비해야 할 서류가 많아서 포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처음이 어렵지 막상 해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잘 찾아보면 댄서스잡마켓 말고도 지원받을 수 있는 사업이 많고요. 연습이나 공연 때 다치면 수술비부터 재활치료까지 지원받을 수 있고 부상 예방 검진도 무료로 받을 수 있습니다. 센터 홈페이지에 자주 들어와 보시고 많이 신청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6월 21일
대학로 전문무용수지원센터에서
인터뷰· 윤대성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