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전환] 무용음성해설가 교육프로그램(입문·심화과정)

수기

[직업전환] 무용음성해설가 교육프로그램(입문·심화과정)

2023-11-30
조회수 34

"관객을 찾아나서는 예술"

 

배리어프리는 건물이나 거주 환경에서 장애가 있는 사람이 생활을 하는데 방해가 되는 물리적인 장애(배리어)를 제거한다는 의미로 건축학계에서 처음 사용하기 시작한 용어다. 오늘날에는 사회, 문화, 예술 다방면에서 사용되며 각 분야에서 사회적 약자들의 진입 장벽을 없애려는 시도를 의미한다.

 

새로운 용어가 사용되고 있을 뿐, 예술계에선 배리어프리에 대한 노력이 꾸준히 이어져 왔다. 예술은 언제나 관객을 찾아나서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예술계의 배리어프리는 우리에게 익숙한 것이 많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자막과 수화,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도서와 오디오북도 배리어프리의 일환이다. 최근에는 연극이나 영화에서 무대나 의상, 움직임에 대한 설명을 곁들여 시각장애인 관람객들이 작품에 대한 더 세밀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음성해설을 함께하는 공연도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배리어프리가 적용되기 힘든 영역도 있었다. 무용이 대표적이다. 대화나 나레이션으로 스토리가 진행되는 연극과 다르게 몸짓의 움직임만으로 감정과 서사를 전하는 무용의 특성상 다변하는 몸짓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해설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배리어프리 무용 공연에서는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무용음성해설가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난 9월에서 10월까지 이어진 K-Ballet world(서울국제발레축제) 공연된 <월드발레스타갈라> 와 11월 4일부터 5일까지 진행된 <PADAF 2023 제13회 융복합공연예술축제> 는 모두 무용음성해설가가 참여해 배리어프리 공연으로 진행되었다.

 

<월드발레스타갈라>에서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재)전문무용수지원센터의 협력을 통해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프로그램 북을 제공하고, 공연 전 발레 의상과 소품 등을 만져보고 설명을 듣는 터치투어도 함께 진행되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인 무용음성해설은 모두 (재)전문무용수지원센터 에서 음성해설가 과정을 수료한 무용 전공자가 담당했다. 완성도 높은 공연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모든 무용음성해설은 사전 녹음되었으며, 현장감을 더하기 위해 현장해설도 부분적으로 함께 진행되었다.

<PADAF 2023>역시 점자 프로그램북과 터치투어가 제공되었으며 (재)전문무용수지원센터 에서 수료한 음성해설가가 참여했다. <PADAF 2023>는 축제의 성격이 강한 만큼 모두 현장해설로 진행되어 관람객이 축제의 현장감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무대였다.

 

종합적인 무용 경험을 위해 다방면으로 준비한 만큼 ‘색감, 모양, 촉각에 대해 알 수 있어서 더 디테일하게 상상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머릿속으로 그리면서 들을 수 있을 정도의 디테일을 설명해줘서 매우 즐겁게 감상했다.’ ‘죽기 전에 발레를 볼 수 있어서 행복했다.’ ‘와 같은 시각장애인 관람객 분들의 긍정적인 반응이 잇따랐다.

 

월드발레스타갈라 포스터

파다프 포스터

 

 

 

 

 

 

 

 

 

 

 

 

 

         

무용음성해설가 교육프로그램 협력 공연

 

 

"언어로 함께 추는 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배리어프리 공연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관람객 분들도 많았다. 국내에서 배리어프리 공연을 접할 기회가 아직까지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관람객들의 우려가 있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영미권과 북유럽 등의 공연 선진국의 사례를 본다면 국내의 배리어프리 공연의 확장은 공연 문화의 성숙과 함께 따라올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영국의 경우 극장의 40%가 시각장애자에게 친화적이고, 국공립극장은 작품당 2회가량 음성해설 공연을 운영한다. 배리어프리 공연은 특수한 복지가 아닌 극장이 기본적으로 제공해야하는 접근성 측면에서 서비스가 제공된다. 사회적 다양성에 대한 존중이 화두로 떠오르는 요즘, 국내의 배리어프리 공연 활성화는 더이상 먼 일이 아니다. 국내에서도 몇 년 전부터 배리어프리 공연을 위한 프로그램과, 교육, 인적자원에 대한 공연예술 업계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무용 공연에서는 몸짓을 정확하게 설명하고, 그 의미와 느낌을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는 전문 무용음성해설가에 대한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다. 무용음성해설은 단순한 나레이팅이나 번역과는 다르다. 말하자면 언어로 함께 추는 춤이다. 언어를 통해 관람객의 머릿속에 움직임을 그려내는 일이다. 정확하고 디테일한 동작묘사를 통해 리듬감과 강약은 물론, 무대 위 움직임에서 전해지는 에너지를 느낄 수 있게 표현해야한다. 그 만큼 상당한 전문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아직까지 그 수가 많지 않다.

 

이러한 배리어프리 공연 확산과 전문인력의 필요성이 증가하는 것에 발맞춰 (재)전문무용수지원센터 에서는 무용음성해설가를 양성하는 무용음성해설가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무용음성해설가 교육프로그램에는 화면해설 작가경력 20년의 장현정 작가와 한국시각장애인 연합회의 화면해설작가 김필진 성우, 시각장애인 아나운서이자 장애인식개선 강사로 활동중인 이창훈 아나운서가 강사진으로 참여한다. 음성해설을 위한 역량 전반을 기를 수 있는 전문 교육 과정을 이수한다면 누구나 무용음성해설가로서의 역할을 해낼 수 있다. 물론 무용수 출신, 또는 무용 전공자가 공연을 이해하고 표현하는데 있어 두각을 드러내는 것은 사실이다. 무용에서 사용하는 몸짓언어에 대한 기본적인 인지적, 감각적 이해가 바탕에 있기 때문이다.

터치투어행사1터치투어행사2

 

 

 

 

 

 

 

 

무용음성해설 배리어프리공연 터치투어 행사 ⓒ(재)전문무용수지원센터

 

 

"관객이 예술을 찾을 때까지"

 

 

무용음성해설은 비단 시각장애인 관람객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발레에서는 역사적 맥락과 서사에 대한 이해가, 현대무용에서는 개념과 아이디어에 대한 이해가 있으면 더 깊이 있는 감상이 가능하다. 무용음성해설에서는 이와 같은 정보가 함께 제공되기 때문에 일반관람객의 무용 감상에서도 새로운 공연 경험의 한 요소로서 작용할 수 있다. 단지 보조 서비스의 개념을 넘어서 하나의 장르로 해석될 가능성도 열려있는 셈이다.

 

예술이 관객을 찾아나서는 것은, 예술을 통해 사람들이 더 행복하고 지혜로워질 수 있다는 믿음과 그것을 나누고 싶다는 마음에 기인한다. 그리고 그런 예술이 가진 마음이 관객에게 닿는 순간. 바로 그 순간부터는 관객이 예술을 찾아나선다. 배리어프리 공연에 대한 예술인들의 노력에도 우리가 예술을 더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들과 더 깊이 나눌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 지금, 머지않아 관객이 새로운 경험 방식으로서의 배리어프리 공연을 찾아나설 날이 오리라 믿는다.

 


김상헌 프로필사진

 

 

 

 

 

 

 

 

 

 

김상헌

(재)전문무용수지원센터 객원기자

숭실대학교 건축학부 실내건축학 졸업

전) 아뜰리에 롱고 공간/브랜딩 디자이너

전) 라이프이즈로맨스 공간/브랜딩 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