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 전문무용수 부상예방검진을 진행하며

수기

[상해] 전문무용수 부상예방검진을 진행하며

2022-03-29
조회수 91

아침, 저녁으로 차가운 기운이 맴돌고 나뭇잎 끄트머리가 조금씩 물드는 요즘, 올해 달력이 몇 장 남지 않은 것을 보니 벌써 2021 년의 끝자락이 보이는 듯합니다. 연말 기고문 제의를 받고, 작년과 올해의 전문무용수 부상예방검진 수진자 수를 확인해 보니, 코로나-19 바이러스 여파에도 불구하고 총 74 명의 무용수 분들이 (재)전문무용수지원센터의 지원을 받아, 저희 병원의 부상예방검진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무료로 검진 및 치료를 받으셨습니다.

올해를 돌아보니, 기억에 남는 무용수 검진자 분들이 몇 분 떠오릅니다. 부상예방검진을 받고 근골격계의 구조적 이상이 없음을 확인 후 은퇴 공연을 준비하시던 베테랑 무용수 분께서, 연습 도중 발목 부상을 입으시고 급히 정형외과 외래진료실로 내원하셨습니다. 정밀 검진 결고!', 발목 인대 파열로 진단되었고, 무용수 환자분은 실의에 차서 눈물을 보이시며 준비하던 은퇴 공연을 취소해야 할지를 고민하셨습니다. 이에 주치의로서 안타까운 마음에, 최선을 다해서 발목 인대 치료 및 기능 회복 치료를 해드릴 테니, 가까운 시일 내에 같이 은퇴 공연을 준비하던 동료 무 용 수 분들과 함께 내원하셔서 은퇴 공연이 가능하게 방법을 함께 모색해 보자고 제안을 드렸습니다. 며칠 후, 동료 무용수분들과 내원하셔서 발목의 부상에 대해 설명을 들으신 후, 상의 끝에 은퇴 공연을 진행하는 것으로 하였고, 모든 공연 기획을 다치지 않은 발목을 주로 사용할 수 있게 바꾸셨습니다. 공연 도입부의 진행 방향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회전 동작 축이 되는 발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바꾸신 상태로 공연 연습을 진행하셨고, 발목 인대 치료를 병행하며 리허설까지 무사히 마치고 성공적으로 은퇴 공연을 할 수 있었습니다.

또 한 분의 잊을 수 없는 검진자 분은, 30 대 여성 무용수 분이셨습니다. 평소 예술 활동을 하실 때는 근골격계의 특별한 증상이 없었으나, 휴식을 취할 때 하지 불편감이 발생한다고 호소하셨습니다. 그래서 부상 예방을 위해 검진을 진행하였고, 검진 상 대퇴부 골내 종양이 의심되는 소견이 발견되었습니다. 정형외과 의사 생활을 하며 힘든 부분 중 하나가 바로 '나쁜 소식 전하기'입니다. 30 대 여성 환자분에게, 그것도 현직에서 활발히 예술 활동을 하고 계신 무용수분에게 골내 종양이 의심된다는 소식을 전하기란 정말 어렵고도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모든 가능성에 대해 환자에게 냉정하고 알려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의사의 의무이지요. 이러한 상황에서 의사는 로버트 부치먼 박사가 제안한 SPIKES 원칙(1. Setting - 편안한 면담 환경 조성하기 / 2. Perception - 환자의 병식(질환 및 손상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 정도) 파악하기 / 3. Invitation - 환자가 자신의 상태에 대해 얼마나 알고 싶어 하는지 파악하기 / 4. Knowledge - 정확한 지식의 전달하기 / 5. Empathy - 환자의 절망적 감정에 공감하기)에 따라서 환자에게 설명해야 하지만 시간적 환경적 제약으로 진료 환경에 이를 적용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무용수 인생에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진단인 만큼, 이후 예약된 진료 환자분께 양해를 구한 후 모든 가능성에 대해 무용수 검진자분께 10여 분간 차분히 설명을 드렸고,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임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차분히 설명을 끝까지 들으시고는 정밀 추가 검사를 요청하셨습니다. 이에, 조영제를 포함한 하지 MRI 검사를 진행하였고, 결과는 다행히 '양성' 종양으로 판명되어, 현재 보전적 치료를 하며 활발히 예술 활동을 영위하고 계십니다.

이외에도 많은 전문 무용수 분들이 재단의 지원을 받아 검사를 받으셨고, 작년과 비교하여 올해에는 검진 상 이상 소견이 발견되어 치료로 이어지는 비율이 높아졌습니다. 체중 부하 관절인 발목 관절의 인대 손상이 가장 많은 빈도로 진단되어 치료가 진행되었으며, 그다음으로 무릎 관절의 연골 손상, 그리고 어깨 관절의 인대 손상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또한, 척추에 경증의 초기 디스크 병변이 확인된 분들이 늘어나면서, 증상이 심해지기 전에 치료를 시작하신 분들이 작년에 비해 증가하였습니다.

이렇듯 많은 분들이 (재)전문무용수지원센터의 검진 지원 혜택을 받으며, 근골격계의 건강을 유지하며 예술 활동을 이어가고 계십니다. 대부분의 무용수 분들이 이러한 센터의 혜택과 배려에 고마워하며 검진을 받고 계십니다만, 몇몇 무용수 분들은 센터의 재정 지원이 확대되어 검진뿐만 아니라 치료의 혜택도 일부 받을 수 있을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부상예방검진 상 이상 소견이 관찰되었으나,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악화된 공연 환경으로 인해 발생한 재정적 어려움으로 치료를 미루는 무용수분들도 있고, 치료 중 경제적인 이유로 손상의 완전한 회복이 이루어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치료를 끝까지 마치지 못하는 무용수 분들도 계셨습니다. 이러한 환경에 처하신 무용수분들을 위해 병원 차원에서 도의적으로 치료비 지원을 일부 해드리고 있습니다만, 재정적 한계가 있어 많은 분들을 도와드리지는 못하는 상황입니다. 추후 센터의 지원이 확대되어 무용수분들이 초기 치료의 재정 부담을 덜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고대합니다.

끝으로, 코로나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고 코로나-19 관련 중환자 발생률이 줄어들어서 하루빨리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체제로 전환되어, 조금이나마 예술 문화계가 활기를 찾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부쩍 추워진 요즘, 건강 관리 유념하시어 코로나-19 바이러스 피해가 없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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