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서스잡마켓] 댄스커넥션1&7 안무가 : 조혜원 인터뷰

인터뷰

[댄서스잡마켓] 댄스커넥션1&7 안무가 : 조혜원 인터뷰

2022-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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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전문무용수지원센터(이하 전문무)는 무용예술가를 위한 <댄서스잡마켓> 사업을 추진한다. 이 사업은 무용수의 출연료를 지원하는 <댄서스잡마켓: 합동오디션>과 안무가의 안무비를 지원하는 <댄서스잡마켓: 댄스커넥션1&7>으로 지원 대상별로 세분화되어 있다.

이 중 안무가를 위한 <댄서스잡마켓: 댄스커넥션1&7>에 대해 더 심화되어 알아보자. 이는 전문무에서 순수예술 무용 공연을 앞둔 안무가에게 안무비를 제공하고 무용수 출연료를 지원함으로써 창작역량을 강화하고 안정적인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 조성과 무용예술인의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실시하고 있다. 창작자는 무용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금전적인 부분을 간과할 수 없는데 이럴 때 가뭄 속 단비 같은 존재가 <댄서스잡마켓: 댄스커넥션1&7>이라 할 수 있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댄서스잡마켓: 댄스커넥션1&7>에 선정된 한 안무가와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스스로 빛을 내는 보석이 되기 전, 세공을 목전에 둔 원석 그 자체로 보이는 그녀는 상쾌한 혁신가였다.(사족, 필자는 감히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 #자유 #즉흥 #틀. 세 가지 키워드로 자신을 설명하는 그녀의 이름은 조혜원 Jo Hyewon. 내면의 감정에 귀 기울이고 작품에 오롯이 담아내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Q.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이번에 인터뷰를 진행하게 된 이가희라고 합니다. 전문무 뉴스레터를 읽는 독자분들께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네, 안녕하세요. 저는 현대무용을 전공한 프리랜서 무용수이자 안무가인 조혜원이라고 합니다.

조혜원 안무가

Q. 어떤 계기로 예술을, 그것도 무용예술에 관심이 생겼고 안무가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게 된 건가요?

생각해 보면 저는 6살 때부터 춤을 췄어요. 그때는 무용이라고 하기보다 어떤 몸짓에 가까운 동작들이었죠. 춤이 좋았어요. 대구에서 무용을 전공하며 학창 시절을 보내고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서 현대무용을 전공했죠. 졸업 후에는 영국 대학원으로 유학을 갔고, 후에는 독일로 이동해서 프로젝트를 하며 지냈어요. 자연스럽게 다양한 환경에 노출되었고, 그 속에서 다양한 안무가를 만나면서 열린 예술관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일련의 경험을 통해 나의 의도를 표현하는 방식에 대해 많이 배웠고, 이런 것들을 무대에 올리고 싶은 마음이 발화되어 안무가가 되었네요.

Q. 대구, 서울, 영국, 독일… 정말 다양한 환경에서의 경험을 하면서 밀도 있는 시간을 보내셨네요. 이런 경험을 통해 한 작품, 한 작품 창작할 때마다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게 되었는지도 궁금한데요.

저는 무용수임과 동시에 안무가이기도 한데요, 아무래도 둘의 입장에 따라 중요한 게 다를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먼저, 안무가로써 중요하게 여기는 건 ‘작품 의도를 어떤 다양한 방법으로 몸으로 표현하고, 작품에 녹여낼 수 있을까?’와 같이 표현방식에 집중하는 거예요. 내 작품의 의도가 관객에게 100% 정확하게 전달되는 것에 대해선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그런데 무용수의 입장으로 무대에 올라갈 땐 달라요. 한 작품 안에서 함께하는 안무가와 동료 무용수들과의 자유로운 소통과 작품에 대한 해석이 중요한 것 같아요. 한 마디로 작품의 의도를 내 몸으로 잘 표현하는지가 중요한 거죠.

Q. 무용수로, 안무가로의 입장 차이에 따라 집중하는 게 다른 것이 인상 깊네요. 안무가 조혜원으로써의 입장에 질문을 하나 더 하고 싶어요. 내 작품을 창작할 때 어려운 점이 있거나 고민이 짙어지는 내/외부적 시점이 있다면요?

음.. 앞서 받았던 질문과 연결하여 답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의 내부적인 어려운 점을 먼저 말씀드리자면, 작품에 의도를 담는다는 것. 어떻게 보면 나의 언어적인 감정을 비언어적인 수단, 무성의 이미지화로 타인에게 표현해야 하는 점이 어려운 것 같아요. 개인적인 경험이나 감정으로부터 안무가 발화되는데 계속해서 표현방식을 발견해야 하는 거죠. 이건 스스로 하는 고민인 거고 나를 벗어나서 상황적인 어려운 점도 분명 있는데요, 이제까지 저는 쭉- 자비로 공연을 올렸어요. 그러다 보니 아티스트피 지급에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있어 무용수 인원에 대해 항상 고민이 깊었어요, 이번에 <댄서스잡마켓>을 통해 지원금을 받게 되면서 저를 포함하여 무용수 7명과 공연을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저는 무용수를 열정 페이로 쓰고 싶지 않았거든요. 너무 감사했던 기회죠. (웃음)

Q. 어떻게 전문무의 <댄서스잡마켓>을 알게 되었고, 본 사업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해요.

2017년에 독일에서 한국으로 다시 귀국했을 때 무용단체에 소속되어 단체 공연을 했었는데요, 그때가 아마도 전문무에서 진행하는 <픽미 오디션>을 통해 무용단에 소속되었던 것 같아요. 그때 전문무를 처음 알게 되었죠. 올해 초 작품을 준비하는 와중에 우연히 <댄서스잡마켓> 홍보 문자를 받았고, “이거다!” 하는 마음에 바로 지원하게 되었죠.

Q. 운명과도 같은 만남이네요, 이미 준비하고 계셨던 작품이 <댄서스잡마켓> 을 통해 더욱 견고한 모습으로 세상에 나오게 되었군요, 그 작품에 대해 궁금해지네요.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작품 제목은 ‘안녕히 가세요.’, 주제는 ‘이별'이에요. 사실 이별을 슬프게만 볼까? 하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생각해 보면 이별은 필연적인 존재거든요. 단체에 소속되어 지방 공연을 다닐 때, 할머니의 부고 소식을 들었어요. 우리 할머니는 병상에 계시다 돌아가셨거든요. 그런데 제가 당시 하던 공연이 굉장히 밝고, 즐거운 작품이었거든요. 그때 생각했죠. ‘난 지금 굉장히 슬퍼. 그런데 내가 슬퍼할 수 있는 것도 할머니와의 추억과 시간이 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니 그런 거 아닐까? 이별은 필연적인 존재야.’ 하고 말이죠. 이때의 경험을 통해 역설적으로 이별을 슬프게만 받아들이지 않게 되었어요. 이걸 주제로 공연을 기획했고, 신(Scene)을 나눠서 7명의 무용수마다 각자의 슬픔을 공연에 담아냈어요. 슬픔은 어떻게 보면 여운이 깊게 남는, 어떤 존재가 나에게 깊게 스며드는 다른 말 아닐까요?

Q. 각 무용수들이 관객에게 슬픔을 공유하는 작업… 조혜원 안무가님의 <안녕히 가세요>를 보고 싶어지는 설명이었어요, 혹시 언제 볼 수 있나요?

(웃음) 아쉽게도 이미 지난 5월 21일에 진행했어요.

Q. 좋은 공연을 기획할 수 있게 도와준 <댄서스잡마켓> 내년에도 지원하실 계획이 있나요?

내년에 제가 진심으로 하고 싶은 공연에 대한 소재가 떠오르고, 상황이 생겼을 때 <댄서스잡마켓>의 타이밍과 서로 맞물린다면 당연히 지원할 거예요.

Q. 내년에도 좋은 영감이 떠올라 타이밍이 잘 맞았으면 좋겠네요. 과거 본인에게 가장 의미 있는 작품을 하나 소개해 주신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2017년도에 했던 솔로 작품 하나가 바로 떠오르는데요. <As is>라는 작품이에요. 제 삶의 환경 변화가 잦았잖아요. 제가 겪은 외국은 변화의 속도가 빠르지 않은데, 한국은 정말 빨라요. 변화도 그렇고 사람들의 행동 속도도 그렇고요. 그때 느낀 것들을 토대로 기획하게 된 작품인데 ‘최소한의 틀에서 자유로운 나'를 보여주고자 작품의 반은 미리 짜뒀고, 나머지 반은 즉흥적으로 춤을 추었어요. 관객 중 한 분이 “너는 한국 사람이 아닌 것 같은데.. 외국에서 살다 왔니?”라고 제게 물었어요. 관객에게는 신선함을, 나 스스로에게는 해냈다는 것에 대해 상쾌함을 선사해 준 소중한 작품이에요. 하겠다 생각했을 때, 그냥 하면 된다는 용기를 주었죠.

Q. 그냥 하면 된다. 제게도 울림이 있는 말이네요. 예술가로서의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앞으로 저는 무용이 가진 성질인 현장감이나 딱 그 시간에만 볼 수 있는 휘발성, 미완성의 미학을 그대로 담을 수 있는 다양한 매체를 열어보고 싶고, 관객의 연령대가 넓어질 수 있도록 어린이 무용극에도 도전해 보고 싶어요. 전 연령이 공감할 수 있게 전래동화, 애니메이션 등의 소재를 활용하여 무겁지 않은 현대무용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고요. 무용을 통해 나를 뛰어넘는 도전을 하면서 더욱 자유롭고, 즉흥적이고, 틀을 깨는 예술가이고 싶어요.

Q. 즐거운 대화였어요.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뉴스레터에 덧붙일게요.

안무가로써 첫 발을 뗀 지 오래되지 않았지만, 좋은 기회에 대해 갈증이 있었어요. 그런 갈증을 해소해 준 <댄서스잡마켓>. 지원을 받으며 공연을 만든다는 것에 대해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첫 지원 사업을 통해 작품의 의도를 마음껏 표현할 수 있었어요. 안무가 조혜원의 결과물을 낼 수 있어서 뿌듯하고, 용기가 생겼어요. 전문무 덕분입니다. 고맙습니다.

 

 

 

이가희 Lee Ga Hee

(재)전문무용수지원센터 뉴스레터 취재기자 4기